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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의 ‘비평’ 개념

Eine Studie zu Walter Benjamins Kritik-Begriff

초록/요약

벤야민에게서 Kritik은 여러 맥락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서, 비단 장르로서의 비평(문학비평, 예술비평)만을 뜻하지 않고 많은 경우 ‘비판’의 의미로도 쓰인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에서 뿐만 아니라 에세이 「괴테의 친화력」과 󰡔독일 비애극의 원천󰡕 등에서 비평론을 펼친다. 그의 비평과 비평론에는 서구철학에서 전승된 인식론에 대한 비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글에서 나는 비평에 대한 벤야민의 구상과 그 주요 특징들을 그의 여러 글들에서 추출해보려고 했다. 우선 나는 벤야민의 사유와 글쓰기방식의 특징을 살펴본 뒤 비평에 대한 그의 구상을 세부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괴테의 친화력」에서 그는 주해가 작품의 사실내용을 추구하는 데 반해 비평은 작품의 진리내용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진리내용은 나중에 ‘사실내용의 진리내용’으로 입증된다고 선언한다. 즉 비평작업은 작품에 대한 문헌학적 분석(주해, 내재비평)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는 예술형식으로서 바로크 비애극의 핵심적 요소인 알레고리 형식을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예술의 정신으로부터 비평의 탄생”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에게서 비평의 기관은 철학이고, 비평은 작품이 탄생한 맥락 속에서 비평 주체가 자신의 시대에 해독할 수 있는 ‘예언’ 또는 ‘진리내용’을 인식하는 데 그 과제가 있다. 이것은 그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요구한 역사가의 과제에 상응하는 과제다. 비평은 작품의 ‘계속된 삶’에서 번역과 더불어 작지 않은 역할을 하며, 비평이 추구하는 것은 작품이 탄생한 시대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주체의 역사철학적 인식이다. 이 인식은 형이상학적ㆍ신학적 초기부터 견지되어 왔으며 유물론적 사유를 전유한 후기로 갈수록 ‘정치’라는 실천과 일치하는 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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