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

가부장적 서사 장치의 강화, <김현감호>의 플롯 연구

A Study on the Plot of Kim-hyun Gamho[金現感虎] -Focusing on Strengthening the Patriarchal Narrative Apparatus-

초록/요약

이 글은 일연이 쓴 <김현감호>의 플롯을 분석하여 그 서사적 성격을 밝히고 이를 12세기 여성의 삶과 관련하여 해석한 것이다. 일연은 <김현감호>에서 김현과 호녀의 이야기, 신도징과 호녀의 이야기를 쓰고, 두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밝힌 뒤 찬을 통해 김현이 만난 호녀를 기린다. 이 글은 두 이야기와 일연의 평가까지를 <김현감호>의 플롯으로 보고, 먼저 김현과 호녀의 이야기와 신도징과 호녀의 이야기를 <호원>, <신도징>과 각각 비교하고, 일연이 두 서사에 대해 평가한 부분을 분석했다. 일연은 두 이야기를 병치한 뒤 신도징 이야기의 호녀는 배신자로 김현 이야기의 호녀는 자신을 희생해서 인(仁)을 이룬 윤리적 존재이자 절을 지어주기를 원하는 종교적 인물로 평가하고, 김현도 부처가 감응할 정도로 신심이 깊은 종교적 인물로 평가했다. 일연은 <김현감호>에 나타난 애정전기적 요소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던 반면, 불교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또한 일연은 여자의 행위를 김현과의 사랑보다는 가족을 위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했다. 이처럼 남자를 위한 희생의 플롯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여자의 플롯을 더한 결과 <김현감호>는 가부장적 성격이 강화된 젠더화된 플롯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가부장성의 강화는 12세기 당시 여성들이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성이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맞는 의식구조와 생활을 요구받았던 것과 관련이 있으며, 일연이 <김현감호>를 통해 보여준 가부장적 의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현감호>는 12세기 무렵 인간/남자와 호랑이/여자의 사랑을 다룬 두 플롯이 경합하다가 김현의 이야기가 선택되는 현장을 보여주며, 애정전기가 불교적 서사로 전환하는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사론의 관점에서 볼 때도 매우 흥미로운 텍스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12세기 무렵 전기를 둘러싸고 일어난 서사 전환의 한 사례를 볼 수 있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