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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의 시도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글쓰기 양식과 페미니스트 SF *

초록/요약

이 글의 시발점은 해러웨이에게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상상력을 제공했던, 70년대 페미니스트 SF에 대한 관심이었다. ‘소년들의 과학적 오락물’이라는 게토에서 출발한 SF가 페미니스트 문학의 대안적 서사 전략, 새로운 페미니스트 정치학의 단초가 되기까지, 여성 작가들은 장르적 관습에 부응하여 글을 쓰고 또 그것을 변형하면서 활용해 왔다. 이 글은 70년대 그가 사실은 앨리스 셸던(Alice B. Sheldon)이라는 중년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남성적 스타일’로 사랑받았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를 읽어 보려고 한다. 팁트리 주니어는 지금 페미니스트 SF의 대표작가 중 하나다. ‘남성적 스타일’과 ‘페미니스트 SF’라는 평가 사이에 놓인 팁트리 주니어의 SF를 읽으면서, 먼저 장르적 글쓰기와 젠더의 관계에 대해, 글을 쓰는 몸의 성(sex)과 쓰여진 텍스트 스타일에 대한 젠더적 평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것은 팁트리의 글쓰기 양식(style) 에 대한 분석이자, 그의 SF가 보여준 세계관과 페미니스트 상상력에 대한 분석이기도 하다. 또한 조금 뒤늦게 앨리스 셸던의 또 다른 분신으로 등장한 라쿠나 셸던(Raccoona Sheldon)의 SF를 팁트리 주니어의 것과 비교하면서, 젠더 정체성의 경계에 대해, 그리고 글쓰기를 통한 ‘젠더하기(performing gender)’에 대해 살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팁트리의 SF는 해러웨이가 주장하는 ‘사이보그 글쓰기’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해러웨이에게 SF는 정치적 의미와 지향을 담은 글쓰기로, 미래를 향하지만 지금을 성찰하는 도구로 이해된 다. 그녀는 페미니스트 SF를 위계적 이분법을 교란하고 정체성의 경계를 문제 삼는 새로운 페미니스트 정치학의 ‘사이보그 테크놀로지’로 받아들인다. 팁트리의 글쓰기는 자연과 문화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자연의 재발명’을 상상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또 주체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물으며 이분법적 질서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해러웨이가 말하는 사이보그 글쓰기의 실천 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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