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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에 나타난 여성 혐오 연구-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과 「친절한 복희씨」(2006)를 중심으로

초록/요약

이 논문은 박완서의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과 「친절한 복희씨」(2006)를 중심으로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성 혐오의 구조적 순환을 분석한 것이다. 20년의 격차를 두고 발표된 두 작품에서 여성 혐오는 수치심과 자기혐오, 연민의 정동으로 나타난다. 먼저 수치심은 본래 남성 인물, 즉 남편이 느껴야하는 감정이나 여성인물에게 전도되어 나타난다.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박탈하고 여성의 몸을 남성 욕망과 쾌락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아내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남편의 비윤리적 소비는 오히려 여성 인물에게 수치심을 전가하며 여성 멸시를 통한 여성 혐오를 드러낸다. 또한 두 작품에서 여성인물들은 가부장제도와 남성 권력에 수동적으로 동일시 해 온 자신을 혐오함으로써 각성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여성 젠더로서의 정체성 찾기는 가혹한 자기혐오의 과정을 거친 후에라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부권 중심의 부부관계에서 친밀성을 기대할 수 없는 여성인물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적 희열과 쾌락을 연기(演技)하고, 남성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수용함으로써 여성의 욕망 충족을 지연한다. 이 과정이 여성인물들에게 자기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나아가 젠더 감수성을 확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박완서의 소설은 현대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가 부부관계라는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여성의 반성적 성찰과 적극적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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