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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파시즘기의 과학자 연애서사와 정동 관리

초록/요약

정동(affect)은 감정에서 촉발되는 신체적 변화와 시간적 변이 양상, 그리고 행위의 차원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정동을 실어 나르는 ‘소설’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이상적인 가치를 전파하는 ‘미디어’이다. 본고에서는 이광수의 사랑, 유진오의 화상보, 김남천의 사랑의 수족관처럼 이공계열을 전공한 후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과학자-연애서사’라고 규정할 것이다. 이 서사는 파시즘 시기에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던 남성 주체의 모습과 사랑 정동의 양태를 제시함으로써, 이 시기의 정동 관리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이 서사의 주인공들은 자연의 영역인 ‘피’, ‘식물’, ‘석탄’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재구성해서 새로운 의미체계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지만 여성 주인공들은 상대적으로 수동성을 지니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랑 정동은 소설 속에서 그 의미가 약화된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중견작가들은 과학자-연애서사를 창작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연애의 방식을 제공하였고, 주인공들의 행위와 사고를 통해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사랑’ 정동을 더욱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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