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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과 문학의 (불)가능성 — 박솔뫼, 김사과, 한유주의 소설을 중심으로

Potentiality and (Im) possibility of Literature — Focusing on novels by Park Solmoe, Kim Sagwa, Han Yujoo

초록/요약

보이는 절망과 보이지 않는 희망을 함께 이야기할 때 유의미한 개념이 ‘잠재성’(potentiality)이다. 잠재성은 ‘~하지 않을 능력’을 통해 보이는 절망 에 저항하면서 보이지 않는 희망을 추구하는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 히 조르조 아감벤의 논의에 의하면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 속 주인공 바틀비가 이런 잠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 바틀비는 ‘그러 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는 말을 통해 근대의 질서나 가치를 비활성화시킨다. 21세기 한국의 젊은 작가들인 박솔뫼・김사과・한 유주는 이전의 20세기 소설들과는 다른 언어와 구성을 통해 바틀비적 면모 들을 보여준다. 박솔뫼는 「안 해」에서 ‘한다’라는 가능성과 ‘못한다’라는 불가능성의 틈새에서 ‘안 한다’라는 ‘중단’의 잠재성을 보여준다. 중단은 ‘하지 않음을 하기’라는 비잠재성의 잠재성을 통해 기존의 권력이 현실화 되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목적을 둔다. 김사과의 소설 「더 나쁜 쪽으로」에서 는 ‘더 나쁜 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반복’ 행위를 통해 잠재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은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나는 필경……」에서 작가 한유주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된 작품을 유예시킴으로써 을 쓰지 않을 능력을 유지하 는 것 자체이다. 이런 유예의 잠재성은 이전의 쓰기를 탈창조함으로써 ‘제2의 창조’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처럼 세 작가는 각기 ‘중단’・‘반복’・ ‘유예’의 서사를 통해 잠재성의 문학을 구현한다. 이들 작가들에게는 단순 히 ‘죽은 편지’(dead letters)를 의미하는 ‘배달 불능 편지’가 아니라 ‘안-죽은 (un-dead) 비문서나 메시지’로 기능하는 문학의 (불)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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