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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평의 수립, 혹은 통설의 탄생-1959년 백철과 강신재의 논쟁에 주목하며

Establishment of Modern Korean Literary Criticism, or the negative Legacy for Women Writers : paying attention to the dispute between Paek, Cheol and Kang, Shin-Jae in 1959

초록/요약

본고는 현대문학의 방향성이 모색되던 전후 문단 상황을 젠더적인 관점에서 조망하였다. 본고는 1959년에 있었던 짧지만 인상적인 논쟁에 주목하며 글을 시작하였는데, 이는 평론가 백철이 폄하한 작품 <절벽>의 평가에 대해 작가 강신재가 반론을 제기한 경우였다. 백철은 여인의 신변이야기는 시대성을 담보하지 못하므로 작품의 질이 낮으며, 수사학적 차원에서 문장의 오류를 지적하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찾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이에 강신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평가의 몰이해와 폄하를 반박하는데, 이는 당대 비평계의 화두였던 비평의 이념과 방법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으며, 현대비평 수립과정에서 부재했던 여성의 비평적 논평을 찰나적으로나마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한국현대비평은 끊임없는 논쟁의 산물이며 세대별 인정투쟁의 결과물로 여겨진다. 그런데 1955년 전후로 대거 등장한 ‘신세대 비평가(55년대 비평가)’와 ‘4・19세대 비평가(65년대 비평가)’들 사이의 세대론적 갈등과 인정투쟁의 과정은 그들이 모두 ‘젊은’ ‘남성’ ‘엘리트’라는 공통점에서 부자서사의 계보로 봉합된다. 궁극적으로 세대론은 근대화의 주체를 문제 삼는 논의라는 점에서 남성 비평가들 사이에서 주고받았던 헤게모니의 이동은 여성들에게는 닫힌 오이디푸스적 계보에 해당했다. 특히 백철은 전후 대표적인 지식인 잡지 사상계를 거점으로 문학의 이념과 과학적 방법을 강조하며 새로운 문학을 견인하는 데 앞장선다. 그리고 감성을 압도하는 지성의 우위, 창작을 지도하는 비평의 우위를 특징으로 하는 담론 하에서 여성작가는 배제된다. 실상 1950년대 한국사회는 전후의 혼란과 실질적으로 부재했던 가부장의 자리로 인해 예외적으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시기였다. 이때 전후 남성지식인에 의해 주도되었던 국가재건의 과제는 가부장적 질서 회복을 포함한 것이었고, 문단의 담론도 그에 상응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강신재와 같이 전후에 등장한 여성작가들은 세대론에서 신세대에 제대로 속하지 못하고, 순수참여논쟁에서 현실 참여의 문학을 표방하는 참여론자들에게 밀려난다. 비평 담론은 여성작가의 작품과 지식인 여성 인물에 부정적인 면모를 투사함으로써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남성)문학의 대타항으로 설정한다. 이로써 여성문학은 당대에 표준이 되는 남성작가의 작품에 비해 미달태이자 ‘여류’라는 비주류로서의 위상이 오랫동안 고착된다. 당대 비평 담론은 남성비평가(작가)에 의해 선취되었기에 문학 비평의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은 부재하였다. 그렇기에 여성지식인(작가)은 작품을 통해 복화술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현대비평이라는 지식과 문단의 정립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담론, 즉 보편과 표준으로서의 문학이라는 통설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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