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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상방촌을 기록/기억하기 – 자오량의 다큐멘터리 <상방>(2009)을 중심으로

To Record/Remember the Petition Village in Beijing: Focusing on Zhao Liang’s Petition(2009)

초록/요약

중국의 베이징에는 ‘상방촌’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중국의 지방에서 억울한 사연을 안고 중국 중앙정부에 청원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함께 사는 임시거주지이다. 그들은 지방에서 해결하지 못한 억울한 사연을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곳에 정착하여 오랜 시간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정부의 외면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주류 매체에서 거의 다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는 중국 독립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간헐적으로 소개되고 논의될 뿐이다. 1990년대 이후 출현한 중국의 신다큐멘터리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도시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들의 문제에 개입한다.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중국 다큐멘터리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그늘을 카메라로 비추고 그들과 함께한다. 중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자오량의 <상방>(2009)은 1996년부터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까지 12년의 시간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중국 정부는 그들을 성가신 존재로 취급했고, 관방의 매체에서는 철저하게 외면했지만 자오량은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을 목격하고 기록했다. 관방에서 재현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쓰여 지지 않았을 역사였지만, 다큐멘터리 <상방>은 그들을 오롯이 기록하고 기억한다. 동시대 중국의 다큐멘터리는 정부의 간섭과 검열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면서 대안적 역사서술로서 기능하고 있다. <상방>은 관찰자의 시선에서 참여적 시선으로, 그리고 다시 성찰적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이러한 자오량의 태도 변화는 그들에 대한 이해의 변화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의 재현이 본질적으로 수반하는 윤리의 문제를 함의한다. 이 글은 자오량의 <상방>을 통해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시화하고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들릴 수 있게 만드는지를 살펴보고, 동시대 중국 다큐멘터리가 수행하는 기록과 기억의 역할을 통해 대안적 역사서술의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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