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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기원을 찾아서–한국 상고 민족 담론의 창안

초록/요약

본 논문은 근대역사학에서 한국 상고 민족의 기원에 관한 담론이 형성되어 나간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20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된 민족 기원 담론은 신채호와 박은식으로 대표되는 저항적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단일민족론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단일민족론은 식민 통치와 동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제국 일본의 식민주의 역사학에 의해 부정당했다. 일제는 조선 민족의 단일성을 부정함으로써 민족 독립의 당위성을 부인하는 논리를 펼쳤다. 시라토리 구라키치에서 출발하여 이마니시 류 등으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일제 관학자들은 조선사에서 북방민족과 남방민족을 구분하는 이원론을 주장하였으며, 한국사를 남쪽의 한족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1923년 이병도가 제시한 조선민족론은 해방 이후 한국사학계의 통설을 보여주는 맹아적 형태로서 주목되는데, 만주와 한반도에 거주하는 숙신과 예맥, 한을 모두 조선민족으로 설정하는 단일민족론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일본 학계의 언어계통론과 문화전파론의 영향도 나타난다. 식민 지배 하에서 침잠되었던 이병도의 조선민족론은, 해방 이후 자주적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과제 속에서 다시 부활하였다. 당시 한국사의 민족 기원론은 1923년 이병도의 논의를 수정하여 재론하는데서 그쳤을 뿐, 새로운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 연구 방법론적으로 중국 문헌에서 나타나는 선사 또는 원사시대 종족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의 동질성을 인식하는 작업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민족 기원 담론이 삼국 이전에 이미 민족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고조선-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선험적인 한국사 통사체계를 역으로 소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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