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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패한 식민지 문화의 전파-조선총독부박물관의 설립 배경-

초록/요약

본 연구에서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설립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1915년 12월 1일 개관한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설립에는 초대 조선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1852~1919]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데라우치 총독은 재임 중 식민지 조선에서 많은 문화재를 수집하였고, 주요 유물은 1916년 총독부박물관에 기증되어 초기 소장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최근 공개된 한일회담 관련 일본 측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조선총독부의 기밀비 일부가 유물 구입비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은 ‘始政 5주년 기념 조선물산공진회’의 미술관 건물을 활용하여 설립되었다. 총독부박물관 개관 상설전시가 물산공진회 미술관의 전시 체제를 일부 따르고 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전체적인 구성 뿐 아니라 새로운 주제의 전시품으로 재편되었다는 점에서, 사전에 이미 오랜 기간 동안 기획 및 준비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물산공진회 미술관 건물, 즉 총독부박물관 건물의 설계자는 대만총독부박물관을 설계한 노무라 이치로[野村一郞, 1868~1942]일 가능성을 제기해 보았다. 총독부박물관은 관방의 총무국 총무과에 소속되었고 참사관실 직원에 의해 설립이 실무적으로 추진되었다. 데라우치 총독의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인 하명, 그리고 행정 체계를 뛰어넘은 측근 중심의 운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총독부박물관은 식민지 조선의 역사적 유물을 공예미술품으로 격하시켰다. 우수성은 후진성으로 대체되고, 독자성 대신 중국 및 일본의 영향이나 일본과의 친연성이 강조되었다. 낙후된 식민지 조선의 동시대 공예미술에 발전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제국 일본이 쇠락한 조선을 대신하여 공예미술을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국제사회에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하고자 하였다. 총독부박물관은 서구를 향해 동양 문화를 대표하는 제국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해명하기 위한 원류를 밝히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한편 총독부박물관은 현실 정치에서 조선 독립의 부당성을 자각토록 만드는 ‘문화정치’의 도구임이 노골적으로 표방되었다. 총독부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에서 문화재 행정 및 정책의 유일한 총괄기관이었으며, 이러한 입장은 시종 견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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