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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와 현전의 동시성을 표상하는 인체조형

Figurative Sculpture Representing the Simultaneity of Absence and Presence

초록/요약

부재와 현전의 동시성은 가시적 세계의 배면에 깔린 불가지의 현실로 인해 존재 안에서 체험된 무이다. 연구의 목적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형실험의 표현내용과 블랑쇼의 고정되지 않은 귀납적 사유를 연동하여 그와 같은 비결정적인 상태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연구의 범위는 크게 둘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블랑쇼의 대표저작과 2차 문헌을 바탕으로 비어있음, 죽어감, 바깥, 공동체, 예술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어를 중심으로 의미작용을 살핀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2019년에 개인전 “있음과 없음” 으로 발표한 작품을 대상으로 논제와 상관된 표현내용을 분석한다. 블랑쇼의 사유는 자신의 결핍과 부재로부터 익명적 타자와 대면함으로써 실존의 총체인 ‘우리’로 귀결되는 주체 인식이다. 이항대립 요소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미지의 것을 향해 삶을 열어놓아 익명의 누군가가 되는 내적체험을 유도하는 것이다. 본고는 그의 사유가 작품 탐구의 여과 장치로서 예술적 의미의 생산과정에 개입하여 남긴 파장을 전개한다. 작품 탐구의 결과물은 단일한 의미로 환원시킬 수 없는 모호성을 기반으로 익명적 타자와의 만남, 부재하는 현전, 현전하는 부재를 각각 표상한다. 나와 타자를 보편성으로 환원하여 개방과 차이를 수용함으로써 ‘공존’의 가능성에 접근하기 위한 예술적 실천의 산물이다. 자신 안에 무수히 존재하는 이질적인 타자성을 인식하고 일깨움으로써 소통을 향한 하나의 실천방안으로서 조형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우리는 실존의 모순을 앞에 둔 사이존재이므로 관계의 목적이나 수단을 지양해야 한다. 환대와 우정처럼 삶을 지탱해주는 가치들을 보존하여 우리라는 관계망을 더욱 넓게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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