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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주체의 수치심과 윤리의 행방 - 이청준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의 여성 재현에 주목하여

초록/요약

이청준의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은 『새여성』사에 적응하지 못한 기자 이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직장으로 복귀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보내는 열흘의 이야기로 실제로 『사상계』에서 『여원』으로 이직했던 작가의 행보와 일치한다. 이 소설은 등단 전후의 상황을 담은 자전적 서사로서 창작에 임하는 작가의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본고는 남성 화자가 굳이 여대 앞에서 열흘을 보내며 매사에 수치심을 느낀다는 작위적 설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소설에 전경화되어 있는 여대생(여성)을 향한 남성 주체의 수치심을 작가의 문학적 지향과 관련하여 논의하였다. 작가에게 문학은 속물적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함으로써 윤리적 태도를 확보하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5.16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편이 되었다는 점에서 양가적이다. 이때 부정적 사회 현상이 유독 여대생의 사치로 수렴되면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방식은 자아의 완전함을 가로막는 강한 대타자의 속성까지도 오히려 취약한 집단에게 투사하여 해소하려 한다는 점에서, 남성 주체의 수치심은 불안한 자신의 상황의 원인을 타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완전함을 회복하려는 나르시시즘일 뿐이다. 결국 작가의 문학적 지향이 설정되어 있는 이 작품은 대중과 여성을 타자화하는 엘리트주의, 즉 돈독한 남성 연대를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4.19세대의 대표 작가로서 이청준 문학이 내포한 한계를 여실히 증명하는 텍스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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