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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재난소설의 ‘비장소(Non-Place)’와 경계 사유 - 편혜영의 재난소설 3부작을 중심으로

초록/요약

편혜영의 재난소설 3부작인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홀은 관계성·역사성·정체성 중심의 전통적인 인류학적 공간과는 ‘다른 공간’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 표류 중심의 이동성(재와 빨강), 환승 중심의 일시성(서쪽 숲에 갔다), 공백 중심의 개방성(홀)은 ‘비장소’의 무규정성과 혼란을 각각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들은 자본으로 인한 타락이나 인간성의 소멸을 비장소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더욱 공고해진 21세기적 재난에 대한 자동화된 저항이나 낙관적 전망을 동시에 비판한다. 이처럼 편혜영의 재난소설 3부작을 비장소 중심으로 접근해 봄으로써 묵시록적 재난을 초래한 인간의 유죄성에 주목할 수 있다. 또한 비장소를 통해 전통적인 인류학적 공간조차도 해결하지 못했던 모순 자체를 새롭게 부각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비장소만의 특수성과 의의는 ‘경계 사유’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이런 이점들을 통해 편혜영의 재난소설 3부작 속 비장소는 장소/장소 상실, 저항 공간/대안 공간,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등으로 대변되는 이분법적 대립의 손쉬운 결합이나 확실한 반전을 모두 거부하는 ‘다른 공간’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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